놀고 있는 오븐의 비용은 누구 탓인가
사장님의 원가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할까 — 5편 / 7편
읽는 시간 6분 · 회계 지식 필요 없음
한들베이커리 생산팀이 큰일을 해냈습니다. 오븐 예열 순서를 바꾸고 굽는 판을 새로 짰습니다. 같은 양을 만드는 오븐 시간이 50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20% 줄었습니다.
김 대표는 뿌듯한 마음으로 월말 원가표를 열었습니다. 당연히 개당 원가가 내려갔을 줄 알았는데 —
올라가 있었습니다.
지금 쓰는 계산법
오븐의 감가상각과 전기 기본요금 같은 고정비는 월 300만 원입니다. 이걸 "이번 달 오븐을 실제로 돌린 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단가를 냅니다.
| 오븐 시간당 단가 | 개선 전 | 개선 후 |
|---|---|---|
| 오븐 고정비 | 300만 원 | 300만 원 |
| ÷ 이번 달 돌린 시간 | 500시간 | 400시간 |
| = 시간당 단가 | 6,000원 | 7,500원 |
| 케이크 오븐비 (40분) | 4,000원 | 5,000원 |
케이크 한 개는 오븐을 40분 씁니다. 개선 전에는 4,000원이었는데, 개선 후에는 5,000원이 됐습니다.
열심히 개선한 현장이, 숫자로 벌을 받았습니다
고정비 300만 원은 그대로입니다. 시간을 줄여도 한 푼도 줄지 않습니다.
줄어든 것은 나눠 가질 시간, 즉 분모뿐입니다.
분모가 작아지니 시간당 단가가 뛰고, 케이크 오븐비도 올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우연한 실수가 아닙니다. 이 계산법에는 세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1 — 분모의 역설: 개선하면 단가가 오르게 되어 있다
"이번 달 돌린 시간"을 분모로 쓰면, 시간을 아낀 만큼 분모가 작아집니다.
그런데 고정비 300만 원은 그대로입니다. 절약된 시간의 비용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노는 200시간이 져야 할 몫 100만 원이, 남아 있는 제품들에게 떠넘겨진 것뿐입니다. 그래서 개선(분모↓)이 곧 단가 인상이 됩니다.
이유 2 — 책임의 자리가 틀렸다
오븐이 놀게 된 건 생산팀이 잘한 결과입니다.
그 남는 시간을 새 주문으로 채우는 일은 영업과 사장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노는 시간의 비용은 제품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울 책임이 있는 쪽의 성적표에 적혀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계산법은 그 비용을 케이크와 식빵에 얹어버립니다. 아낀 현장이 벌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유 3 — 숨기면 소용돌이가 된다
노는 시간의 비용을 제품에 섞으면, 원가가 오릅니다.
원가가 오르면 견적가가 오르고, 견적가가 오르면 주문이 빠집니다.
주문이 빠지면 오븐은 더 놀게 됩니다. 분모가 또 줄고, 단가는 또 오릅니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심해지는 소용돌이입니다.
그럼 어떻게 나눠야 할까
분모를 "이번 달 돌린 시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확보해 둔 가용 시간(월 600시간)으로 바꾸면 됩니다.
| 오븐 시간당 단가 | 개선 전 | 개선 후 |
|---|---|---|
| 오븐 고정비 | 300만 원 | 300만 원 |
| ÷ 가용 시간 | 600시간 | 600시간 |
| = 시간당 단가 | 5,000원 | 5,000원 |
| 노는 시간의 비용 (따로 표시) | 100시간 = 50만 원 | 200시간 = 100만 원 |
시간당 단가는 5,000원으로 그대로입니다. 케이크가 쓰는 40분의 값도 개선 전이나 후나 똑같습니다. 개선했다고 제품이 벌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노는 시간의 비용을 따로 떼어 보이게 둡니다. 개선 전 50만 원에서 개선 후 100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이 100만 원은 나쁜 숫자가 아닙니다. 영업이 채울 수 있는, 판매 가능한 빈 시간의 가격표입니다.
이것의 이름
유휴능력 비용 (idle capacity cost)
확보해 둔 능력 중에서 아직 쓰이지 않은 부분의 비용.
제품 원가에 섞지 말고 따로 보이게 두어, 그 능력을 채울 책임(영업·경영)에 붙입니다.
오늘의 정리
- "이번 달 돌린 시간"으로 나누면, 개선이 곧 단가 인상이 된다 — 분모의 역설.
- 노는 시간의 비용은 제품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울 책임이 있는 쪽에 붙인다.
- 유휴비용을 따로 떼어 보여야 한다. 숨기면 원가·견적가·주문의 악순환이 된다.
Taylro는 설비마다 얼마나 돌고 얼마나 노는지, 어디가 병목인지를 흐름맵으로 보여줍니다. 노는 시간의 비용이 제품 뒤에 숨지 않도록요. 용어가 낯설다면 개념 배움터(/learn)부터 편하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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