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 나누기 생산량'이 만드는 착시

2026. 07. 08 · 읽는 데 7

사장님의 원가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할까 — 4편 / 7편

읽는 시간 6분 · 회계 지식 필요 없음

한들베이커리 김 대표가 두 달치 식빵 원가표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지난달은 1만 개를 만들었고, 개당 1,2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라인을 바짝 돌린 달엔 1.5만 개를 만들었고, 개당이 1,067원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많이 만들수록 싸지네. 공장을 더 돌리자. 좀 싸게 받아도 남겠어."

김 대표 손에 있는 숫자 (월 1만 개 기준)

식빵 개당 원가금액성격
재료(밀가루·버터·포장재)600원만들수록 늘어남
포장 알바100원사람 단위로 붙음
오븐·설비300원매달 고정
반죽·굽기 기사 월급200원매달 고정
평균원가1,200원

많이 만들면 아래 두 줄(고정비 500원)이 더 많은 빵에 나눠집니다. 그래서 개당이 내려갑니다. 여기까진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 생산량을 늘려가며 평균원가를 그려 보면

'많이 만들수록 싸진다'? — 직선이 아니었다 식빵 생산량을 늘려가며 그린 개당 평균원가 1,300원 1,200원 1,100원 김 대표가 상상한 '직선' 지난달 1만 개 → 1,200원 많이 만든 달 1.5만 개 → 1,067원 알바 1명 더 붙는 구간 증산했는데 약 1,300원으로 오름 0.8만 1.0만 1.1만 1.5만 ← 월 생산량(개) → 전체로는 내려가지만, 1만 개 직후엔 더 만들수록 평균원가가 오른다 — '싸진다'는 직선이 아니다

곡선은 대체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한 군데가 이상합니다.

1만 개를 막 넘긴 구간에서는, 더 만들수록 평균원가가 오히려 오릅니다. 포장 알바 한 명을 더 써야 하는 지점입니다. 1.05만 개에서 개당은 1,267원 — 1만 개 때(1,200원)보다 비쌉니다.

'많이 만들수록 싸진다'는 매끈한 직선이 아니었습니다. 김 대표가 두 점(1만·1.5만)만 보고 이은 직선 아래에, 울퉁불퉁한 진짜 곡선이 숨어 있었습니다.

왜 이런 혹이 생길까요? 우연이 아닙니다. 원가표의 만듦새에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1 — 원가는 한 몸이 아니다

원가는 한 몸이 아니다 — 생산량에 반응하는 방식이 셋 같은 좌표에 겹쳐 본 식빵의 세 가지 원가 (월 비용) 900만 500만 0 1만 1.5만 ← 월 생산량(개) → 오븐·기사 월급 — 고정: 만들든 안 만들든 월 500만 재료비 — 비례: 개당 600원 알바 1명 = 월 100만 알바 2명 = 월 200만 ↑ 1만 개 넘는 순간 한 명 더 재료비는 비례(직선)·고정비는 수평선·알바는 계단 — 반응하는 방식이 서로 전혀 다르다 개당 '평균'은 이 셋을 뭉개서, 모든 원가가 조금씩 변하는 척하게 만든다

원가표의 네 줄은 생산량에 서로 다르게 반응합니다.

재료비는 개수에 딱 비례해 늘어납니다(직선). 오븐과 기사 월급은 몇 개를 굽든 그대로입니다(수평선). 포장 알바는 사람 단위로 붙습니다 — 한 명이 월 1만 개까지, 넘으면 한 명 더(계단).

성격이 다른 셋을 한 그림에 겹치면, 매끈한 직선은 애초에 나올 수 없습니다.

이유 2 — '평균'은 세 반응을 뭉갠다

평균 1,200원 안에 섞인 두 개의 성격 개당 1,200원을 성격대로 다시 쌓아 보면 포장 알바 100원 재료비 600원 (비례) 오븐·기사 월급 500원 (고정) 만들 때만 나가는 돈 = 700원 재료 600 + 알바 100 · 개당 진짜 한계원가 안 만들어도 나가는 돈 = 500원 한 개도 안 구워도 그대로 나가는 돈 평균 1,200원 '평균 1,200원'은 이 둘을 뭉갠 값 — 더 만들 때 실제로 드는 돈은 700원뿐이다

평균 1,200원은 이 셋을 하나로 뭉갠 값입니다. 그래서 모든 원가가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풀어 보면 성격이 갈립니다. 만들든 안 만들든 나가는 돈이 500원(오븐·기사), 만들 때만 나가는 돈이 700원(재료 600 + 알바 100)입니다.

한 개를 더 구울 때 실제로 드는 돈은 700원뿐입니다. 나머지 500원은 그 한 개 때문에 생긴 돈이 아닙니다. '평균 1,200원'은 이 경계를 지워 버립니다.

이유 3 — 희석의 이득은 공짜가 아니다

고정비 희석의 이득은 — 다 팔릴 때만 진짜다 '개당 원가가 싸졌다'는 숫자 뒤에 숨은 조건 증산: 1만 → 1.5만 개 고정비 500만이 더 넓게 나눠짐 평균 1,200 → 1,067원 늘린 5,000개, 다 팔리나? ✓ 다 팔리면 — 진짜 이득 고정비를 더 많은 빵이 나눠 지므로 평균이 내려간 게 실제 이득이 된다. ✕ 안 팔리면 — 재고로 돌아온다 안 팔린 5,000개 = 묶인 돈(재고). '개당 싸졌다'는 착시만 믿은 무리한 증산·덤핑 수주가 여기서 나온다. 고정비 희석은 공짜가 아니다 — 평균원가 숫자는 '다 팔린다'는 가정을 조용히 깔고 있다

고정비가 더 넓게 나눠져 개당이 싸지는 건, 늘린 빵이 다 팔릴 때만 진짜 이득입니다.

안 팔리면 그 빵은 재고가 됩니다. 묶인 돈으로 돌아옵니다. '개당 원가가 싸졌다'는 숫자만 믿고 밀어붙인 무리한 증산과 덤핑 수주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평균원가 숫자는 "다 팔린다"는 가정을 조용히 깔고 있습니다. 그 가정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항목마다 '반응하는 방식'을 따로 봐야 합니다

원가 반응성 (cost responsiveness)

어떤 비용이 생산량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비례로 늘까, 고정일까, 계단으로 뛸까 — 를 항목마다 따로 보는 것.
회사 전체 평균이 아니라, 공정 하나하나마다 반응이 다릅니다.

이 셋을 구분하면 '평균 착시'가 풀립니다. 한 개 더 만들 때 실제로 드는 돈(700원)과, 계단이 뛰는 지점(1만 개)과, 팔려야 실현되는 이득을 따로 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정리

  1. 원가는 한 몸이 아니다 — 비례·고정·계단, 생산량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른 셋이 섞여 있다.
  2. '평균'은 그 셋을 뭉개서 모든 원가가 조금씩 변하는 척하게 만든다. 한 개 더 만들 때 실제로 드는 돈은 따로 있다.
  3. 고정비 희석의 이득은 다 팔릴 때만 진짜다 — 평균원가 숫자는 그 가정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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