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이 케이크를 먹여 살리고 있었다

2026. 07. 09 · 읽는 데 8

사장님의 원가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할까 — 3편 / 7편

읽는 시간 7분 · 회계 지식 필요 없음

2편에서 김 대표는 배웠습니다. 원가는 돈이 아니라 원인을 따라가야 한다고.

그래서 이번엔 직접 해봤습니다. 세무사 숫자를 제품별로 쪼갠 겁니다. 재료비와 직접 인건비는 식빵·케이크로 나누기 쉬웠습니다.

문제는 임차료·전기·감가상각 같은 간접비 2.4억이었습니다. 이건 누구 몫인지 딱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큰 쪽이 많이 썼겠지." 김 대표는 간접비를 매출 비례로 나눴습니다.

"역시 케이크가 효자네. 식빵은 겨우 남고.
케이크 라인을 더 늘려야겠어."

김 대표가 만든 제품별 손익

항목식빵케이크
매출6.0억4.0억
직접비 (재료+직접 인건)4.4억2.6억
간접비 — 매출 비례로 나눔1.44억0.96억
이익+0.16억 (2.7%)+0.44억 (11%)

답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케이크는 11% 남고, 식빵은 겨우 2.7%. 미운 오리는 식빵이었습니다.

그런데 — 오븐 앞에 서 보니 이상했다

케이크 한 개는 오븐을 40분이나 잡고 있는데, 식빵은 금방 나옵니다. 간접비를 매출이 아니라 오븐이 실제로 돌아간 시간으로 다시 붙여봤습니다.

같은 표, 간접비만 다시 붙임식빵케이크
매출6.0억4.0억
직접비 (재료+직접 인건)4.4억2.6억
간접비 — 오븐시간·세팅으로 추적0.8억1.6억
이익+0.8억 (13%)−0.2억 (적자)
간접비 붙이는 법만 바꿨을 뿐인데, 제품 순위가 뒤집힌다 ① 매출 비례로 나누면 +0.16억 식빵 (2.7%) +0.44억 케이크 (11%) → 케이크가 효자처럼 보인다 ② 오븐시간으로 추적하면 +0.8억 식빵 (13%) 케이크 −0.2억 (적자) →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다 같은 회사·같은 매출·같은 이익 0.6억 — 바뀐 건 간접비 2.4억을 나누는 방법 하나뿐

순위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미운 오리였던 식빵이, 사실은 케이크를 먹여 살리고 있었습니다. 효자로 보이던 케이크는 팔수록 밑지고 있었고요.

바뀐 건 딱 하나입니다. 간접비 2.4억을 나누는 방법. 매출로 나눴느냐, 오븐 시간으로 나눴느냐. 그것만으로 흑자와 적자가 자리를 바꿨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우연이 아닙니다. 매출 비례로 나누는 방식에는 뒤집힐 수밖에 없는 이유가 셋 있습니다.

이유 1 — 매출 비례는 '세금 걷기'지, 원인 찾기가 아니다

매출 비례로 나누는 건 "많이 파는 쪽이 많이 낸다"는 규칙입니다. 세금을 걷는 논리죠. 공평해 보이지만, 원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간접비가 생기는 진짜 원인은 매출이 아닙니다. 오븐이 돌아간 시간, 라인을 갈아엎은 횟수, 냉장고가 차지된 공간입니다. 매출과 이 원인들은 나란히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출로 나눈 숫자는 원인과 어긋납니다. 어긋난 숫자가 순위를 뒤집는 겁니다.

이유 2 — 케이크는 실제로 간접비를 훨씬 많이 먹는다

케이크 1개가 간접비를 먹는 세 개의 통로 식빵 케이크 오븐 점유 시간 짧게 개당 오븐 40분 점유 세팅·전환 횟수 드묾 (대량·단순) 자주 갈아엎음 (소량·다품종) 냉장·장식 공간 거의 없음 장식·냉장 공간 많이 차지 그래서 간접비 2.4억 중 케이크가 1.6억(67%)을 실제로 쓴다 매출은 식빵(6억)보다 적은 4억인데도 — 간접비는 케이크가 훨씬 많이 먹는다

케이크는 한 개에 오븐을 40분씩 잡습니다. 식빵은 잠깐입니다. 소량 다품종이라 종류를 바꿀 때마다 라인을 세팅하고요. 식빵은 대량이라 한 번 걸면 오래 갑니다.

장식과 냉장 공간도 대부분 케이크 차지입니다. 그래서 간접비 2.4억 중 케이크가 1.6억을 실제로 씁니다. 매출은 식빵보다 적은데도요.

이유 3 — 왜곡은 제로섬이다

케이크가 덜 낸 몫을, 식빵이 대신 짊어졌다 식빵이 케이크 몫 0.64억을 대신 짊어졌다 1.44억 배부 0.8억 실제 식빵 0.64억 더 냈다 0.96억 배부 1.6억 실제 케이크 0.64억 덜 냈다 덜 낸 만큼 누군가는 더 낸다 — 이건 제로섬이다 식빵은 비싸게, 케이크는 싸게 견적된다. 왜곡은 가격까지 번진다.

케이크가 실제보다 덜 냈다면, 그 몫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대신 냅니다.

매출 비례로는 케이크가 0.96억만 짊어졌습니다. 실제로 쓴 건 1.6억인데요. 덜 낸 0.64억을 식빵이 대신 짊어졌습니다. 식빵이 케이크를 몰래 보조한 겁니다.

왜곡은 가격까지 번집니다. 식빵은 원가가 비싸 보여 비싸게 견적하고, 케이크는 싸 보여 싸게 견적합니다. 그러면 시장은 왜곡된 쪽 주문만 늘려 옵니다 — 밑지는 케이크 주문이 점점 쌓입니다.

같은 함정은 고객에게도 있다

같은 논리를 고객에게 적용하면 같은 고객 A인데, 순위가 뒤집힌다 ① 매출로 줄 세우면 단골 A B C → A가 가장 큰 손님 ② 실제 수익성으로 줄 세우면 단골 A 적자 B C 매출 1등 고객이 이익 꼴찌일 수 있다 — 대량 할인·손 많이 가는 주문이 이유다

가장 큰 단골, 대량으로 싸게 가져가는 거래처가 사실은 가장 큰 적자 고객일 수 있습니다. 매출로 보면 효자지만, 손이 많이 가는 주문과 대량 할인을 추적해 보면 밑지고 있는 겁니다.

제품에서 통한 논리는 고객에서도 똑같이 통합니다. 원인을 따라 붙이면, 누가 진짜 남는 손님인지 처음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나누지 말고 따라 붙여야 합니다

배부 (allocation) vs 추적 (tracing)

배부 = 원인을 모를 때, 그럴듯한 비율로 나눠 얹는 것. (매출 비례가 대표적)
추적 = 실제 사용량(원인)을 따라 붙이는 것. (오븐 40분, 세팅 3회처럼)
배부는 편하지만 원인과 어긋나면 순위를 뒤집습니다. 추적은 번거롭지만 진실에 붙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배부가 늘 틀린 건 아닙니다.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비용은 어쩔 수 없이 나눠야 합니다. 다만 따라 붙일 수 있는 것까지 나눠버리면, 그때 숫자가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정리

  1. 간접비를 매출 비례로 나누면 편하지만, 원인과 어긋나 제품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2. 케이크가 덜 낸 간접비는 사라지지 않고 식빵이 대신 낸다 — 왜곡은 제로섬이고, 가격까지 번진다.
  3. 답은 배부가 아니라 추적이다 — 오븐 시간·세팅 횟수처럼 실제 사용량을 따라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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